목차
소개
『자유의지론』 핵심 용어집
1. 자유의지 (Liberum arbitrium, Freier Wille, Free will)
- 설명: 이 책의 핵심 주제. 에라스무스는 이를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것들을 향해 스스로를 적용하거나 그것들로부터 돌아설 수 있는 인간 의지의 힘(vis humanae voluntatis)'으로 정의합니다. 그는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이 힘이 심하게 손상되었지만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즉, 인간은 신의 은총(gratia)과 협력하여 구원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것이 필연(necessitas)에 의해 결정된다는 루터의 견해에 반대합니다.
2. 담화 / 논고 (Diatribe / Collatio, Gespräch / Unterredung, Diatribe / Collation)
- 설명: 책의 부제에 사용된 용어로, 에라스무스가 자신의 저술에 부여한 성격을 규정합니다. '디아트리베(Diatribe)'는 고대 철학의 대화 형식 또는 토론을 의미하며, '콜라티오(Collatio)'는 성경 구절이나 여러 견해를 비교하고 대조하는 학문적 논고를 뜻합니다. 이는 루터의 독단적 '단언(Assertio)'과 대조적으로, 자신의 입장이 독단이 아닌 학문적 탐구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3. 단언 / 독단 (Assertio, Behauptung, Assertion)
- 설명: 주로 루터의 저작과 입장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에라스무스는 루터가 자신의 견해를 절대적이고 타협 불가능한 진리로 '단언'한다고 비판합니다. 이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탐구를 선호하는 에라스무스 자신의 회의주의적(scepticus)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4. 은총 (Gratia, Gnade, Grace)
- 설명: 자유의지와 함께 논의의 양대 축을 이루는 개념. 에라스무스는 스콜라 신학의 구분을 따라 은총을 다양하게 설명합니다. 인간의 의지를 선으로 이끄는 '작동하는 은총(gratia operans)', 인간의 의지적 노력에 협력하는 '협력하는 은총(gratia cooperans)', 그리고 인간이 선을 향하도록 자극하는 '선행하는 은총(gratia praeveniens)' 등이 있습니다. 에라스무스에게 은총은 자유의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치유하고 온전케 하여 구원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신의 선물입니다.
5. 의지 (Voluntas, Wille, Will)
- 설명: '자유의지(liberum arbitrium)'와 구별하여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용어입니다. '볼룬타스(Voluntas)'는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는 인간의 심리적 기능 자체를 의미합니다. 반면 '리베룸 아르비트리움'은 이 의지가 여러 선택지 앞에서 자유롭게 결단할 수 있는 능력, 즉 '의지의 자유로운 판단'을 가리킵니다. 에라스무스는 인간의 '의지'가 신의 '의지'에 순응할 수도, 거역할 수도 있는 자유를 지녔다고 봅니다.
6. 필연성 (Necessitas, Notwendigkeit, Necessity)
- 설명: 루터와 위클리프의 입장으로 규정되는 개념. 모든 일, 선과 악을 포함하여, 신의 절대적 의지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주장입니다. 에라스무스는 이러한 절대적 필연성의 주장이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성경의 수많은 권고와 경고를 공허하게 만든다고 비판합니다.
7. 경건 (Pietas, Frömmigkeit, Piety)
- 설명: 에라스무스 신학의 궁극적 목표. 그에게 '피에타스(Pietas)'는 교리적 정확성에 대한 집착을 넘어, 그리스도를 본받는 실천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의미합니다. 그는 자유의지에 관한 논쟁 역시 어떤 교리가 더 '경건'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실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8. 회의주의자 (Sceptici, Skeptiker, Skeptics)
- 설명: 에라스무스가 자신의 지적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 그는 신의 존재나 성경의 권위를 의심하는 철학적 회의주의자가 아닙니다. 다만, 자유의지처럼 인간의 이성으로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신학적 난제에 대해서는 성급한 '단언'을 피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더 경건하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입장을 '회의주의'라고 표현합니다.
9. 성경 / 신성한 문헌 (Scripturae divinae, Heilige Schrift, Divine Scriptures)
- 설명: 에라스무스와 루터 모두에게 논쟁의 유일하고 최종적인 권위입니다. 이 책의 논증 방식은 자유의지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성경 구절과, 반대로 그것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절들을 제시하고 비교하여 조화로운 해석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논쟁의 핵심은 성경의 권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올바른 '해석'에 있습니다.
10. 행위 / 공로 (Opera / Meritum, Werk / Verdienst, Works / Merit)
- 설명: 인간의 도덕적, 종교적 행위를 가리키며, 구원론에서 '공로(meritum)'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에라스무스는 인간의 행위가 구원을 얻을 만한 공로가 된다는 주장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은총과 협력하는 인간의 선한 행위가 무의미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는 모든 인간의 행위가 근본적으로 죄일 뿐이라고 보는 루터의 견해와 대립합니다.
11. 영 / 정신 (Spiritus, Geist, Spirit)
- 설명: 문맥에 따라 다의적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용어입니다. ① 하느님의 영, 즉 성령을 의미할 수 있으며, ② 인간의 영적인 부분이나 이성적 능력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루터는 성령의 직접적이고 압도적인 역사를 강조하는 반면, 에라스무스는 인간의 '영'이 성령의 인도에 응답하고 협력하는 측면을 중시합니다.
12. 육 / 육체 (Caro, Fleisch, Flesh)
- 설명: '영(spiritus)'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역시 다층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① 단순히 인간의 물리적 신체를 의미할 수 있고, ② 더 중요하게는 타락한 인간의 본성, 즉 죄를 향하는 경향성과 연약함을 가리킵니다. 루터는 인간 전체가 '육'에 속해 있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에라스무스는 '육'의 연약함 속에서도 신을 향할 수 있는 '영'의 가능성을 인정합니다.
13. 해석 (Interpretatio, Auslegung, Interpretation)
- 설명: 이 논쟁의 방법론적 핵심입니다. 에라스무스는 성경의 어떤 구절들은 문자 그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문맥과 교회의 전통적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루터가 특정 구절들을 너무 문자적이고 극단적으로 해석하여 성경 전체의 조화로운 의미를 해친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이 논쟁은 단순히 교리 대결이 아니라 성경 해석학의 대결이기도 합니다.
14. 우연성 / 가능성 (Contingentia, Zufälligkeit, Contingency)
- 설명: '필연성(necessitas)'의 반대 개념으로, 에라스무스의 논증에서 암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사건이나 행위가 필연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일어날 수도 있었던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에라스무스는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이 바로 이 '우연성'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며, 신의 예지(praescientia)가 이 가능성을 제거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