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강 자유로운 인간과 전능하신 하나님
1. 풀리지 않는 질문: 왜 ‘죄’가 존재하는가?
여러분,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기독교의 하나님이 ‘전능하신 사랑’이시라는 위대한 진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정말로 전능한 사랑이시라면, 왜 모든 사람이 그 사랑을 믿지 않는 걸까요?”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보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앙은 곧 ‘죄(Sin)’이자 그로 인한 ‘죄책감(Guilt)’으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결국 이렇게 바뀝니다. “어떻게 죄가 존재할 수 있는가?”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잠시 시선을 돌려 ‘인간’ 그 자체의 본성에 대해 깊이 탐구해 보아야 합니다.
2. 내 안의 두 얼굴: ‘자연’과 ‘자유’
우리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을 관찰할 때, 두 가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 우리는 ‘자연적 존재’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일부이며, 세상의 법칙에 지배를 받습니다. 성장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없죠. 심지어 우리의 생각과 의지조차도 논리나 심리와 같은 ‘정신적인 자연법칙’에 따릅니다. 미친 사람의 광기 속에도 나름의 패턴이 있고, “내 맘대로 할 거야!”라는 반항심조차 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거대한 자연이라는 시스템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둘째, 우리는 ‘자유로운 인격체’입니다. 우리는 주어진 가능성들 중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죠. 우리는 ‘해야만 하는 것(의무)’과 ‘하고 싶은 것(욕망)’을 구분할 줄 아는 자유로운 의지를 가졌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세상의 법칙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결정하는 주체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전체적으로, 한편으로는 **세상의 형상(자연)**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형상(자유)**입니다.
3. 극단적인 두 가지 함정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종종 두 가지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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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1: “자유의지는 환상일 뿐이다!” - 결정론(Determinism)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자유란 그저 착각일 뿐, 우리의 모든 행동은 이미 정해진 원인과 결과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마치 잘 짜인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완고한 결정론자조차도 실제 삶에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비난하고, 선행을 칭찬하며, 새해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삶에서 ‘자유’라는 개념을 빼면, 우리의 행동과 생각 90%는 의미를 잃고 모순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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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2: “우리의 의지는 100% 자유롭다!” - 비결정론(Indeterminism) 또 다른 사람들은 인간의 의지가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현실을 무시합니다. 우리의 선택이 습관, 교육, 시대정신, 민족성 같은 것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 편집자주: 신학과 철학의 오랜 논쟁인 **‘자유의지 vs 결정론’**이 바로 이 부분의 핵심 주제입니다. 결정론은 모든 사건이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입장이며, 비결정론은 인간의 의지가 어떤 원인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제베르크는 이 두 가지 극단적인 입장을 모두 비판하며, 기독교는 이 둘을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고 말합니다. -
4. 기독교의 해답: ‘하나님 안에서’ 찾은 진정한 자유
이 두 가지 함정을 모두 피하는 기독교의 해답은 무엇일까요? 기독교는 이 두 가지 사실을 모두 끌어안습니다.
첫째, 하나님은 전능하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생명, 재능, 행동할 힘, 심지어 성공까지도 모두 그분에게서 나옵니다. 둘째, 인간은 자유롭습니다. 스스로 행동하고 책임지는 우리의 자유 의식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기에, 결코 환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이 두 가지는 어떻게 함께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세상과 자신을 ‘원인과 결과’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때, 그는 자신이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로서 의존적인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그 의존의 대상이 살아계신 하나님임을 깨달을 때, 그 의존성은 더 이상 차가운 필연성이 아니라 인격적인 관계가 됩니다.
동시에, 인간이 자신을 ‘목표’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때, 그는 자유로운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그 목표가 ‘하나님의 나라’라는 절대적인 목표가 될 때, 인간의 자유는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를 뛰어넘는 가장 강력한 자유가 됩니다.
기독교는 세상에 대한 의존을 하나님에 대한 의존으로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비로소 인간은 짓누르는 필연성에서 벗어나, 사랑의 관계 안에서 참된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영향력과 인간의 자유로운 의식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경험됩니다.
5. 죄의 문제로 돌아와서
이제 우리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살인이나 간음과 같은 명백한 악행도 하나님에 의해 행해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구분해야 합니다. 행동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 자체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그 힘을 실제로 행동으로 만들고, 그 행동에 도덕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의 내적인 분리, 선에 대한 혐오, 즉 불신앙과 사랑의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상황은 복잡합니다. 똑같이 내면에 악한 마음을 품었더라도, 외부 환경에 따라 어떤 사람은 존경받는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마지막 숨겨진 원인과 목적을 다 알 수 없습니다.
믿음은 우리 삶의 시작(제1 원인)과 끝(마지막 목적)에 빛을 비춰줍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전선이 땅속을 지나갑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의 삶이라는 집을 통과하는 전선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